아픔 기억하는 오페라

(가톨릭신문) 병인박해 아픔 기억하는 오페라 '시간 거미줄' - 작곡 이지은 성결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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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인박해 때 순교한 무명 순교자들의 치명터인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서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오페라가 울려 퍼졌다.

공연은 아트팜엘앤케이(대표 김재청 솔로몬)가 제작한 오페라 ‘시간 거미줄’ 중, 남양성모성지에 헌정하기 위해 작곡한 곡을 봉헌하는 형태로 3월 25일 성지 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오페라 ‘시간 거미줄’은 1866년 병인박해와 병인양요를 배경으로 조선 천주교인과 프랑스 해군 중위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또한 ‘시간 거미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신작 공모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오페라다.

이날 공연에서는 병인박해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오페라 합창곡 ‘사랑, 그 이름 하나로’와 병인박해 시기에 조선 천주교인들이 파리외방전교회 사제와 평화를 위해 합창한 ‘평화의 그 언약’, 여주인공의 마지막 아리아 ‘내 심장을 보네’를 비롯해 오르간 연주곡 ‘불쌍한 나의 영혼아’ 등을 선보였다. 이중 병인박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랑, 그 이름 하나로’와 ‘평화의 그 언약’은 순례자들이 음악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치유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양성모성지에 헌정됐다. 헌정된 곡은 저작권 구매 없이 성지에서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이상각 신부는 “창작 오페라는 수많은 시간과 자본을 들여 나오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오페라는 남양성모성지와 관련이 깊은 내용으로 제작됐고, 소리 울림이 여느 전문 예술 극장 못지않은 성지 대성당에서 공연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곡을 교회에 봉헌한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문화다. 하지만 김재청 대표는 “클래식 음악은 오랜 역사 안에서 교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봉헌하는 곡의 악보를 멋있게 만들어 담당 사제에게 전달하는 봉헌 공연에 중요한 의미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페라 자체가 높은 예술성을 지니고, 더구나 국가 선정 오페라이기 때문에 더 격식을 갖추고자 했다”며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에서 울려 퍼질 오페라 본 공연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출처: 가톨릭신문 - 박민규 기자)